2012년 8월 16일, 오후 11:36

2015.02.03 03:03



종각역, 기억이 나지 않는 승강장


어느 기념일 전날, 여자친구에게 줄 약간의 선물을 챙긴채

무심코 열차에 올라타 손잡이를 잡았다.


고개를 숙이자 어떤 아이의 무릎 위에서 꿈틀대는

눈처럼 하얀 강아지

하얀 털로 뒤덮인 강아지의 목덜미를 조심스레 쓰다듬는

사내아이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손가락

그 옆의 차가운 인상의 어머니는

그러나 부드러운 웃음으로 아이의 강아지를 바라보았다.

부츠, 화장, 아이의 어머니라기에는 아직 어중간한 나이

그러나 그 미소는, 그 뒤의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

최소한 내게는 이순간의 내게는

틀림없는 진실

가슴속을 꿰뚫는 부러움

그리고 어딘가를 향한 그리움


아이가 강아지를 감싸고 있던 분홍수건을 조심히 다시 정돈해 주자 강아지가 그 손길에 잠이 깨어 낑낑거렸다.

어머니는 조용조용 아이의 가방을 챙겨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.


아이는 강아지를 조심히 자신의 옷자락을 내려 그 사이에 넣고는 지퍼를 올렸다.

아이는 일어나고 강아지는 아이의 옷안에서 자그맣게 발버둥을 쳤다.

아이와 어머니는 즐겁게 웃고

열차문이 열리고 둘은 나란히 내렸다.


나는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창밖의 모자를 바라보았다.

그게 내 기억의 끝이다.


아마 내가 다시는 볼 수 없는 광경을

나는 보고 있는 것이겠지.




 - 2015년 2월 3일 화, 03:03 / 띄어쓰기와 마침표를 추가하여 블로그에 이기

Kasie 잡생각